도올 김용옥의 금강경강해를 읽고
원불교도인 누나가 읽어보라 건네주어 읽게 되었다. 금강경이 불교의 진수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어 큰 기대를 가지고 읽었는데 결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인가 실망스러웠다. 감상문은 아무래도 비판적인 내용이 많을 것 같다. 종교에 대한 비판이 아니고 인간 대 인간, 생각 대 생각으로 평등한 입장에서 내 의문점과 생각을 적는다. 과거 주석을 단 사람들이 분절을 해 놓아 그 일련번호를 사용한다.
1-2. 세존이 무리 1,250명을 이끌고 사위城으로 밥을 빌러간다. 세존은 무소유의 검소한 생활로 빌어먹으라고 하였는데, 인도의 브라만계급이 생산활동을 하지 않고 민중에 寄生한 것과 같지 않은가. 이런 것이 성직자계층과 종교집단을 만들어낸 결과가 되지 않았을까?
3-2. 모든 생명체와 지각이 없는 것들을 無餘열반으로 들게하여 멸도하리라고 하였는데 오늘날 사람들의 가치관과는 다른 것 같다. 그 당시 대부분 사람들의 삶은 채찍질 당해가며 무거운 짐을 나르는 노새와 다름없어 차라리 죽기를 소망했을만했다. 그런데 죽어도 다시 태어나서 윤회를 반복해야한다니.... 세존은 모든 業을 씻고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 영원히 나라는 존재가 없는 해탈을 연구하여 설파하였다. 오늘날 사람들은 삶을 즐기고 나의 개성을 살리려하고 다시 인간으로 환생하는 것을 복으로 여긴다.
3-3. 세존이 중생들을 멸도한다 하였으나 실로 멸도를 얻은 중생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실익이 없는 호언장담이었단 말인가? 도올은 불교의 핵심은 諸法無我 (모든 존재는 나라는 것이 없다) 라고 한다. 그런데 輪回는 엄존한다. 나가 없는데 어떻게 業이 개별적으로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이 불교의 숙제라 이 모순을 해석하는 여러 파가 생겨났다고 한다. 나의 소견으로는 나라는 존재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이를 부정함은 잘못이고 무리한 요구이고 실익도 없는 탁상공론 (또는 樹下冥想)이지 않나 싶다. 오히려 나로서의 정체성과 개성을 발휘하는 것이 좋은 것 아닐까?
3-4. 멸도를 얻은 중생이 아무도 없는 까닭은 보살이 아상이 있으면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나를 버린다는 것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4-2. 4-3. 세존은 보살은 相에 머물지 않는 보시를 행하여야 한다고 하며, 그러면 그 복덕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한다. 왜 상에 머물지 않는 보시를 해야하는지, 복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상에 머무는 보시를 하면 왜 안되는지 설명이 없다. 수보리가 질문을 했었으면 좋았으련만 권위주의시대에는 윗사람의 말에 토를 달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금기시 되었을 것이다.
4-7. 보살은 오직 가르친 바대로 머물지니라.
사람은 정보를 입력한대로 작동하는 기계가 아니고 생각하는 존재이다. 또 가르친 내용이 현실에 잘 맞지 않을 때 현실에 맞게 수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
5-3. 모든 형상이 허망한 것이니 형상이 형상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
여래니 중생이니 하는 것은 어차피 형상있는 이승에서의 논의이다. 형상이 없는 세계에서는 피아구분이 없을 것이니 이런 논의 자체가 불필요할 것이다. 이승에서는 이승의 법칙대로 형상을 인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여래를 보는 것이 무슨 실익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형상이 형상아님을 알면 곧 여래를 본다는 것은 아는 순간 앞에 있는 모든 물체가 여래라는 것을 안다는 뜻일까?
6-6, 6-7. 모든 존재의 상을 취하지 말고 존재가 아니라는 상도 취하지 말라.
그래야 속세에 탐착이 없어 다시 환생하지 않고 해탈한다는 말인 것 같다. 모든 형상을 인정치 않는 것은 허무주의에 가까운 것 같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는 말이 생각난다.
7-3. 여래께서 설하신 바의 법은 모두 취할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고 법도 아니고 법이 아닌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전할 수도 없고 법도 아닌 것인지 알았으면 왜 가르쳤으며, 또 가르친 대로 행하라고 하였는지 모를 일이다.
8-3. 어떤 사람이라도 이 經을 받아가지고 사구게라도 하나 타인을 위하여 설파한다면 이 사람의 복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찬 보석으로 보시한 사람보다도 크리라.
취할 수도 없고, 법도 아니고, 또 자신이 제도해 보았지만 멸도한 사람이 하나도 없는 효과가 없는 경을 그 중 일부라도 전파하면 엄청난 보시를 한 사람보다 복을 많이 받는다니 이런 논리도 있는가? 이것은 보시의 가치를 절하하고 폄하하는 말인가? 자기만을 아는 과거 이기적인 왕중에는 국가에 많은 공덕을 세운 신하보다 자기에게 아첨하는 사람에게 더 큰 상을 내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와 비슷한 경우인가? 또 세존이 복을 주는 권한이 없는데 어떤 근거로 복의 경중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불교가 이렇게 보시보다 전도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것인지 처음 알았다.
8-5. 이른바 佛법이라고 하는 것은 곧 불법이 아닌 것이다.
이 무슨 말인가? 이렇게 모순되고 알쏭달쏭하다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깨우쳐보겠다고 머리깎아 수도하고 또 대중은 이 사람들을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여 존경하고 시주하는 것 같다.
13-3 13-4 여래가 설한 법이 과연 있다고 생각하느냐? 여래께서는 말씀하신 바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평범한 사람이 이렇게 발뺌하는 말을 한다면 상종할 사람이 못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세계 4대 성인의 말이고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사람이 한 말이니 그 의미를 곱씹어 봐야할 것이다. 아마도 법이란 말로 표현이 불가능한 불가사의한 것이니 說했다하더라도 그 것은 법이 아니라는 뜻인 것 같다. 그렇다면? 각자 깨달음을 얻어 법의 실체와 접하라는 말이 아닐까?
14-11. 나는 과거 오백세 동안에 인욕선인이었던 것을 또렷이 기억하노니 그 때의 세상에서도 나는 아상도 없었고 인상도 없었고 중생상도 없었고 수자상도 없었느니라.
과거 오백세 동안 계속 상이 없었다니 믿기도 어렵지만 그러고도 아직 멸도 해탈을 하지 못하고 세상에 나왔다면 그 수도방법이 해탈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16-1. 선남선녀가 이 경을 읽고 외울 때에 이로 인하여 사람들에게 경시당하고 핍박을 받는다면 이는 전생에 지은 지옥에 떨어지게 될지도 모를 죄업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전생의 죄업이 소멸할 것이요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핍박을 받는다면 당시 그 이유가 있을 것인데 전생에서 원인을 찾는다는 것은 잘못이 아닐까? 이 세상에서 핍박을 받는 것도 힘드는데 근거도 없이 죄인이기 때문이라고 현재의 핍박을 당연시하는 것은 현세를 사는 좋은 태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16-2. 내 돌이켜 생각해보니 과거 팔백사천억 나우타 수의 많은 부처님을 뵈올 수 있었고....
믿기 어려운 말이다. 아마도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과시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을 교화시키기위한 방편에서 한 말이겠지만, 부처와 대중들을 괴리시키고 부처를 神처럼 섬기는 부작용을 낳지 않았나 생각된다.
17-9. 여래가 깨달은 바 아녹다리삼막삼보리 속에는 진실도 없고 거짓도 없나니 일체의 법이 모두 부처님 법일 뿐이라.
진실도 아니고 거짓도 아닌 제 3의 존재는 무었일까? 法이란 존재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그렇다면 모든 존재는 부처라는 뜻인가? 부처는 깨달은 자라니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이미 깨달은 존재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釋佛이 나와 공연히 가르친다고 수선을 피운 것인가?
이 외에도 32-4 까지 이어지는데 유사한 내용이 반복된다.
허무의 철학자 싣달타, 그는 소원하던대로 무여의 열반에 들었을까? 아니면 어딘가에서 무아의 수련법을 반복하고 있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