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토산행기 - 2012.3월 |
| 글 쓴 이 |
김성환 (thekims5@hanmail.net) |
| 홈 페 이 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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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5월 05일 22시 38분 19초 |
조 회 수 |
1200 |
| 첨부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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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문 |
1. 2012년 금년 처음의 5토산행이 지난 3월 마지막 토요일인 31일 있었던 바, 처음 참가한 동기가 관례에 따라 산행기를 써야 한다는 지나름의 명분으로 지난 한달 내내 나를 강박하던 총무 이승종군은 아마 본 사이트에 올라온 이 글 제목을 보자마자 속이 시원할 것이구만. 사실 나라고 해서 등산에 아주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어.
2. 1972년 3월, 저 남쪽 산골에서 상경한 이 촌놈은 지금의 세종문화회관 뒷동네에서 1년 굴러다닌 후 동숭동에를 들어 갔는데, 입학하고 나서는 그 놈의 책들이 통 꼴도 보기 싫더라고. 그래서 뭐 재미있는 놀 거리가 없을까 하고 슬슬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내 게시판에 붙어 있는 법대등산반 모집공고를 보게 되었어. “음. 등산이라, 3월 날씨도 따뜻한데, 어디 경치 좋은 곳에 바람 쐬며 놀러나 다녀야겠다.” 학교건물 뒤 어디쯤에 있는 방을 찾아갔지. 허름한 방안 먼지 쌓인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무슨 떡가래 같은 밧줄뭉치(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뭐 seil 이라는 거라나.)를 주물럭거리고 있는 사람이 있길래 본인의 소박한 취지를 말씀드렸더니, 인상이 좀 험악한 아울러 어디서 본 듯한 사람이 고개를 번쩍 들면서 한 마디 내쏘더라고. “여기는 그런 데가 아니니, 딴 데 가서 알아보시라”. 는 거야. 동시에 그 표정을 내가 읽기로는 “세상에 뭐 이런 한심한 촌놈이 다 있느냐”는 말씀이더구만. 이튿날 수업시간에 들어가 보니 이 사람이 우리 반에 있더라고. 한경수군이야.
3. 3월 31일 아침 10시, 집합장소인 천호동 현대백화점앞에 나는 헐레벌떡 시간 맞춰 갔는데, 아는 얼굴이 아무도 없더라고. 백화점안에 들어가 10여분 어기적거리다가 나오니, 그새 모두 왔더만. 박동영군, 윤찬열군, 이영진군, 이희석군, 한경수군, 그리고 이승종군까지 모두 7명이 모였는데, 이승종군은 산행에는 못 간다는 거라. 왈 “족저근막염이 있어 무리하면 않된다”는 것인데, 산행계획에 코스까지 지가 다 짜놓고 뭔 말씀이야, 거참. 총무로서의 열성과 성의는 가상한데 같이 못 간다니 아쉽지만 몸 보전하여 다음 산행에는 참가하겠다는 충정으로 이해하기로 했어.
4. 그런데 그날따라 웬 날씨가 그리 쌀쌀하던지. 사실 나는 아침 10시 집합이라 그러길래 검단산 중턱 어디쯤 한 두시간 올라갔다 내려와서 점심먹고 서너시씀 끝내나 보다 했거든. 그래서 간단히 입고 등산화만 신고 나섰는데, 집합장소에 나타난 다른 친구들을 보고는 내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직감했어. 이승종군 말고 모두들 아래 위 완벽한 등산복에 무얼 넣었는지 배가 불룩하고 튼실한 배낭까지 메고 나타났더라고. 윤찬열군은 멋진 패션 등산복으로 뽑았고, 한경수군은 등산문외한인 내 눈에도 완벽한 장비차림임을 알아보겠더라고. 자고로 “비”가 있으면 “환”이 없는 법. 차가운 정류장 바람과 추위에 속으로 쫄아든 나는 때늦게 준비부족을 후회했지만 이제 와서 어쩌리요.
5. 추운 버스정류장에 있을 수가 없어 옆 건물 1층을 들락거리면서 무려(?) 45분을 기다려 버스를 탔어. 이 버스가 하남, 신장 골목길을 구비구비 돌아 중부고속도로 광주출구 앞을 지나 퇴촌입구 도마3거리에다 우리를 내려놓은 때는 이미 12시가 다 되었어. 내 배꼽시계는 벌써 신호를 보내오기 시작하는데, 이제 산행을 시작할 판이라니.
6. 검단산을 간다고 했는데, 여기는 검단산과는 한참 먼 곳이잖아. 들어보니, 여기서 용마산이라는 곳을 오른 다음 능선을 타고 북행하여 검단산 방향으로 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산행을 종료할 것이니 걱정 말란다. 사실 나는 동네 뒷산이라고 할 남한산성에, 그것도 산 위에까지 운전하고 가서 잘 다듬어진 길을 따라 한 시간 정도 산책하는 것이 내 등산의 전부였거든. 그런 내게 3-4시간은 족히 걸리는 진짜배기 등산을 하라는 말이잖아.
7. 아무튼 우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용마산 산정을 향하여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여전히 추워서 움츠리는 나를 보던 윤찬열군이 배낭속을 더듬더니 뭘 하나 던져주는 거라. 여분의 등산장갑 한 켤레. 아, 고맙더군. 한 30분 정도 경사 심한 포장도로를 걸어 산중턱의 절집 각화사에 도착했어. 절 옆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데, 한경수군이 안보인다 했더니, 그 사이 법당에서 부처님을 뵙고 오더군. 쉬면서 각화사 현판을 보니 黔(여기서는 검을 검)丹山으로 쓰여져 있던데, 그럼 무슨 뜻일까? 붉은 단풍으로 둘러 쌓인 가을 산과 이어 낙엽 다 떨어진 겨울 산의 색깔을 對比한 작명이라는 썰, 옛날 삼국의 쟁패지인 이곳 검은 산에 흩뿌려진 용사들의 붉은 피를 기리는 작명이라는 썰 등으로 즐거운 갑론을박을 했는데 (우리가 법대출신이어서 이런 류의 논쟁을 즐기는 것인가?), 나중에 사전을 찾아보니 백제시대 검단선사가 이곳에 은거하였기 그로부터 유래된 이름이라 하는군.
8. 용마산 정상을 향하여 올라가는데, 이번에는 내 등산화 속의 양말이 자꾸 흘러내려요. 이걸 다시 올려 신고 등산화를 다시 매고 하느라 꾸물거리다가 나혼자 잠간씩 뒤로 쳐졌는데, 나중 보니 그 때마다 한경수군이 내 뒤 10여 미터 쯤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더구만. 처음 장거리(?) 산행에 나선 나를 걱정하여 일부러 내 뒤를 따라오며 나를 챙겨주고 있었던 거라, 고맙게도.
9. 13시 반쯤 되었을까? 앞장서 씩씩하게 올라가는 박동영군, 이희석군 등을 존경의 념으로 쳐다보며 또 고픈 배를 안고서 열심히 따라가고 있었는데, 드디어 휴식시간. 나 빼고 다섯 사람 모두 배낭 속에서 무언가 주섬주섬 꺼내 놓는데, 모두 먹음직한 간식거리들이라. 종류도 많더구만. 김밥, 떡, 초콜릿은 기본이고 각종 과일까지 미리 껍질 다 까고 알맞게 잘라서 미니 포크까지 세트로 가져 왔더구만. 한경수군은 이동식 미니의자까지. 맨몸으로 입만 가지고 올라온 나야 뭐 염치불구하고 양껏 잡아서 맛있게 먹었지. 이영진군이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까지 잘 마셨어.
10. 배부르고 나니 주위가 눈에 들어오더군. 출발할 때 이승종군이 그랬어. 용마산 중턱쯤부터 오른 쪽으로 보이는 경치가 끝내준다고 말이야. 정말이더군. 저 아래로 남북한강 두물머리 합류처에 펼쳐진 넓은 물의 경관이 두 눈을 시원하게 해주더군.
11. 이후부터는 용마산 정상에서 북향으로 검단산을 향하여 능선을 걷는 코스라. 이 능선이 전체적으로는 평탄한 편인데, 가끔 엎 다운이 나타나 좀 힘이 들면서도 재미가 있더만. 한 시간 정도 능선을 걷던 중 앞서가던 이희석군이 손을 들더니 방향을 정하자는 거야. 여기서 좌로 사면을 타고 내려가면 산곡초등학교로 나가는데 거기에서 오늘 산행을 종결할 수도 있고 아니면 계속 가던지 하자는 거야. 대중들의 의견은 물어볼 것도 없었어. 그대로 검단산으로 전진!
12. 이후부터는 오르락 내리락하는 능선을 밟으며 좌우의 전망을 즐기면서 재미있게 나갔어. 가끔 북향 비탈에 남아있는 잔설에 미끄럼을 타기도 하고 눈녹은 길이 질척거리기도 했지만 즐거운 정담을 나누면서 걷다가 검단산 정상 바로 아래에서 두번째 휴식시간을 가졌어. 이 자리에서 남은 간식 등을 다 털어 먹고 나서 마침내 검단산 정상에 올라섰어. 보통 주말 검단산 정상에는 인파가 붐벼 비비작 거리며 밀고 다닌다는데, 이 날은 고맙게도 사람이 많지 않아서 우리는 느긋하게 정상 경치를 즐길 수 있었지. 합동사진도 한 장 찍고.
13. 검단산 정상에서 하산을 시작할 때는 이미 해가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하더라고. 그런데 이 하산길은 상당히 경사가 급하더군. 계단도 많고 바윗길도 좀 있고 해서, 이 길로 등산을 할려면 힘 좀 들 것 같아. 하산 중 보니 등산로 옆에 한말의 개화운동가 兪吉濬선생의 묘소가 있더군.
14. 참고로, 兪吉濬先生은 대한제국이 서양문물을 배워서 공직에 근무시킬 요원으로 파견한 최초의 미국유학생이기도 한데, 관비 사비 여부를 불문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미국유학생은 유길준선생에 앞서 갑신정변 실패후 일본으로 망명하였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메릴랜드 농과대학을 졸업한 邊燧라고 하는 사람이라고 하네. 변수는 재학시절 알바를 한 미국 농무부에 졸업후에도 계속 근무하던 중 열차사고로 사망하였다고 함.(출전;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시스템). 그리고, 옆에서 묘소를 둘러보던 한 등산객이 묘석에 음각된 유길준선생의 관향 “杞溪”를 보고는 처음 보는 관향이라고 하던데, 杞溪는 본래 경북 영일군 소속이었다가 지금은 포항시로 편입된 “杞溪面”을 말하는 것임.
15. 유길준선생묘소부터는 비교적 평탄한 길로서 쉽게 내려와 이미 산 아래에 먼저 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이승종군과 합류하여 두부집으로 들어갔지. 막걸리 몇 병을 곁들여 소박한 향연을 즐기고는 다시 버스를 타고 천호동으로 돌아왔어요.
16. 이번 산행에서 나는 무려(!) 5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산행을 처음으로 완료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귀중한 경험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혹시나 낙오할까 걱정하며 뒤를 챙겨준 한경수군, 따뜻한 등산장갑을 빌려준 윤찬열군, 맛있는 먹을 것으로 원기를 회복하게 해준 이영진군, 이희석군, 박동영군에게 한번 더 감사드립니다. 다음 번 오토산행에서 보은하겠습니다. 쓰고 보니 우리의 산행기가 아니라 나의 산행기가 되었네. 아무튼 여러분 건강하시고, 다음 번 오토산행에서 또 봅시다. 2012. 4월. 김성환 기.
* 사진은 별도로 자유기고란 또는 사진방에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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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종 | 굉장히 길고 사실적인 문체로 그당시 자신의 상황을 아주잘 묘사하는 일인칭 글이네! 김공 글 잘읽었소! 한경수대장은 등산할때 늘 맨뒤를 서지! 단체산행에서는 늘베테랑이 후미에 서는게 일반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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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05 23:05 |  | |
| 한경수 | ㅎㅎㅎ
그 시절에 그와같은 불상사가 있었다니......
ㅉㅉㅉ
하여간 그런 중대한 허물을 40년간이나 덮어주다니......
고맙고 또 미안하고 그렇네.
헌데 말여.그 때라면 한모시기도 완전 초짜 신세고 뭐랄까 고참들 시하에서 바짝 쫄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처지였을텐데, 그런 무지막지한 행패(?)를 부렸다니?
그것 참! 믿어지질 않아.
귀티나는 우리 김공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3d 업종이라고 따끈따끈한 충고를 했다면 모를까?
여하튼 택일하야 막걸리상에라도 마주앉아 전후좌우 사정에 관해서 기억을 더듬어 보기로 하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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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07 17:22 | | |
| 배진한 | 이거 참가하지도 않았는데 한마디. \"그런 불상사\" 대략 짐작으로 이해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서울있으면 함께 해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모두들 항시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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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09 15:50 | | |
| 배진한 | 이거 참가하지도 않았는데 한마디. \"그런 불상사\" 대략 짐작으로 이해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서울있으면 함께 해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모두들 항시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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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09 15:51 | | |
| 배진한 | 이거 참가하지도 않았는데 한마디. \"그런 불상사\" 대략 짐작으로 이해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서울있으면 함께 해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모두들 항시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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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09 15:5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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