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세, 우리 지리산
권경업
思嶺
매일 삭막한 제호로 시작되는 조간지
혐오스러운 저자거리
발버둥치며 쏘다니던 종아리
쉼이 어떨까
봄이 오는 길목
대원사 골에는
싸금한 곰취나물 당귀순
지천으로 돋아
묵은 된장 한 술에도
풋풋한 점심 즐거이 들 수 있는
무제치기 아래가 좋을 걸세
한가로이
냇물에 발목 담그면
산내음
아랫도리 젖어 들고
솔바람에 졸음이 오면
한두 시간 오선으로
세간의 상념 떨쳐버리지
마디어진 해
써레봉 너머로 뉘엇거릴 쯤
굴참나무 여린 새순
어린 날의 설레임처럼 피는
치밭목으로 오르세
지난 가을
기약없는 약속 하메나 올까
담가논 마가목술 붉어지듯
숫스런 얼굴로 맞이할 병태가 있어
무엇을 더 바랄까
정원의 고목등걸 탁자로
밤마다
가끔씩 시간이 멎어
따라논 술잔으로
별이 잠기고
북두칠성 꼬리가 휘도록
허허로운 웃음에도
산중의 정이야 깊어만 간다
思嶺 봄이 오는 길목
지리산으로
동훈이를 불러 함께 감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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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嶺- 함양에 있는 친구의 아호.
*무제치기- 대원사골 윗쪽. 치밭목산장 아래에 있는 폭포.
*치밭목산장- 대원사골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등산로의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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