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
존왕양이(尊王攘夷)의 春秋時代,
이어진 진,초,연,제,한,위,조 7국이 각축하던 弱肉强食의 戰國時代는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암흑시대였지만,
손자, 오자, 공자, 맹자, 노자, 묵자, 순자, 소진, 장의, 상앙, 이사, 한비자 등의 法家 등
諸子百家들이 활약한 사상사적 황금기였다.
후발국가인 秦나라가
중국 최초로 天下를 一統한 것은
秦始皇의 위대함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일찌감치 법가를 중용한 진나라의 부국강병책이
진시황의 대에 와서
그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참고로,
진시황은 BC 259년에 태어나, 13세에 즉위하였다.
BC 238년 친정을 시작했다.
BC 221년 전국시대 한,·위,·조,·초,·연,·제 등 6국을 통일하고
황제칭호를 사용하였다.
봉건제를 폐지, 천하를 36郡으로 나누고
군밑에 縣을 두는 군현제郡縣制를 시행하고,
중국 최초의 중앙집권체제 왕국을 건설했다.
함양에 아방궁을 짓고,
도량형, 화폐를 통일하고,
흉노족의 침략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축조했다.
개혁정책을 비판하는 유학자들을 생매장하고,
그들의 책들을 불태워 버렸다(焚書坑儒)
불로초(不老草)를 구하기 위해 동남동녀(童男童女)들을
제주도 한라산으로 보내기도 하였다(或者는 일본)
불로장생을 갈구했던 진시황은
통일 11년 만인 BC 210년에 사망했다.
다음 이야기는
그 진시황 치세 시절에
수백만명의 양민들과 죄수들을 동원하여
만리장성을 축조할 당시에 일어난 일이다.
진시황은 天下一統의 대업을 이룩한 이후
조,연,제나라 등의 장성을 연결하는
만리장성을 축조하기 위하여
수많은 백성들을 동원하였다.
한번 끌려가면 돌아올 기약도 못하였고,
병신이 되어서 돌아오거나
못 돌아오는 것이 비일비재하였다.
그 무렵 한적한 어느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젊은 총각이
개나리 봇짐을 지고서 길을 가고 있었다.
산밑 어느 마을로 들어서면서
날은 저물고, 시장한데다가
어디에서 하룻밤 묵을 곳을 정하기 위하여
기웃거리고 있는데,
아담한 기와집 열려진 대문 사이로 한 여인네가 보인다.
총각은 지나가는 과객인데,
하룻밤 묵어가도록 해달라고 청한다.
심부름하는 하녀인 듯한 여인네는
말없이 사랑방으로 과객을 맞아들인다.
주인남자는 집을 비웠는지, 아무런 기척도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녀가 정갈한 밥상을 들여온다.
밥그릇을 거의 다 비워갈 무렵,
소복을 입은 젊은 주인 여자가
술상을 받쳐들고 들어와서
살폿이 고개를 숙이고 옆에 앉는다.
과객은
저녁식사에다가
젊고 아리따운 주인 여자로부터 술상까지 대접받으니,
마치 귀신에 홀린듯한 기분이다.
소복의 젊은 주인여자는 술잔을 따르면서,
3년전에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도 없이
이 넓은 집을
혼자서 지키고 있다.
과객이 꼭 남편과 같은 모습이라서
술한잔 권하는 것입니다.
라고 하면서
독수공방의 외로움을 은연중에 내비친다.
과객은 여주인과 밤 3경이 될 때까지
一杯一杯復一杯 하다가
그만 술에 취하고 만다.
청상과부의 아련한 체취에 취하고 만다.
과객은 취중에
독수공방 외로움을 하소연하는 여주인을 그냥 둘 수 없었다.
순간적인 욕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옷을 벗어던지고, 젊은 과부를 안았다.
한참을 이불속에서 운우지락(雲雨之樂)을 나누던 중에
갑자기 바깥이 소란하여 진다.
포졸 십여명이
횃불을 들고 들이닥쳐서 사랑방문을 열어제낀다.
벌거벗은 과객을 대충 옷을 입게 한 다음 포승줄로 묶어버린다.
여인네는 황급히 옷가지로 몸을 가리고, 옆으로 비킨다.
포졸들은 소리친다.
“너 이놈”“그 동안 만리장성 부역을 피하여 도망다니더니,
오늘은 제대로 걸렸다.
너 놈을 잡으려고 얼마나 애썻는지 아느냐“
당시에 천하를 일통(天下一統)한 진나라의 국법에는
성년의 자녀들은 반드시 부모,형제와 분가를 하여야 했고,
한집마다 1명의 장정이 장성을 쌓는 부역이나 병역을 나가야 했다.
과객이 하룻밤을 묵은 집은 신혼 부부집이라서
남편이 만리장성 부역을 나가야 하는데,
주인여자는 신혼의 남편을 부역 보낼 수가 없어서,
매일 해질 무렵에는 집뒤 산으로 피신시켰다.
그러고는 지나가는 과객을 유인하여 하룻밤을 같이 잔 것이다.
과객은 포졸들에게
“나는 지나가는 과객이다.
날이 저물어서 이집 사랑방 신세를 졌다.
주인여자가 청상과부라고 하면서
술을 권하면서 독수공방 외로움을 하소연하기에
취중에 실수를 한 것 뿐이다.
나는 이집 주인남자가 아니다.“
라고 극구 부인하였다.
그러나, 옆에 앉아 있는 소복의 주인여자는
과객의 변명에 대하여 가타부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소복 옷고름으로 눈물만 훔치고 있다.
포졸은 이번에는 주인여자에게 묻는다.
“이 남자의 말이 사실이오, 지나가는 과객이 맞소”
그래도 주인여자는
그저 아무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기만 한다.
과객이 아무리 억울함을 피력하면서
집주인이 아니라고
강하게 항변하여도,
젊은 주인여자는
야속스럽게도
그저 고개를 숙이고
서럽게 흐느끼기만 한다.
포졸들은 과객을 집주인으로 단정짓고
현청 감옥으로 강제로 끌고 갔다.
날이 새자 과객은
잡혀온 장정들과 같이
만리장성 축조현장으로 끌려갔다.
(한나라를 개국한 한고조 유방도 패현 정장으로서
만리장성 부역 장정을 인솔하여 가다가
도중에 진나라 타도 깃발을 내걸었던 것이다)
이역만리 만리장성 축조현장.
무수한 장정들이
땅을 파고, 돌을 나르고, 흑벽돌을 굽다가
불구가 되거나, 병들어 죽어나갔다.
5년, 10년이 되어도 돌아갈 생각은 엄두도 못내고,
죽어도 유골도 못 돌아가는 참혹한 현장이었다.
장성의 인부들은
위안삼아 서로의 억울한 사정,
고향에 두고 온 처자식 이야기를 나눈다.
한 인부가
내가 끌려올 때에 5살난 아들이
지금은 몇 살이 되었을까
처는 잘 있을까
하는 넉두리를 늘어 놓는다.
그 인부가 과객에게
“당신은 어떻게 끌려왔느나” 라고 묻는다.
과객은
단 하룻밤을 자고, 만리장성을 쌓으러 끌려온
기막힌 사연을 이야기했다.
옆의 인부들은 과객을 동정한다.
나는 결혼해서 5년이나 살다가 끌려왔는데,
당신은 단 하룻밤을 자고
만리장성을 쌓으러 끌려왔으니
얼마나 분통이 터지겠소.
그때부터,
만리장성 축조현장에서 인부들이 신세타령을 하게 되면,
고참 인부들이 핀잔을 주기 시작했다.
이놈아,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데,
무슨 쓰잘데 없는 넋두리를 늘어 놓느냐, 라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