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로 가는 길에 대한 안내서 – 원길환
친구 원길환이 시집을 냈다. 퇴직 후 그 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겠다고 남양주에 집을 얻어 혼자 기거하며 글을 쓰다가 이명까지 얻은 내력을 아는 나로서는 진심으로 그간의 노력을 치하하고 축하하고 싶다.
젊어서 쓴 시들을 다 버리고 써 왔던 단편소설들을 압축하여 하나하나 다시 시로 지었다고 하는데 소설은 소설이고 시는 시이지 어떻게 소설을 압축해서 시가 된다는 것인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글을 커피에 비교한다면 소설은 아메리카노에, 시는 에스프레소라 할 수 있고, 과거의 기억을 서술하는 방법에 따라서 소설적 표현도, 시적 표현도 있을 수 있겠다 생각된다. ‘미라보다리 아래로 세느는 흐르고 나의 슬픔도 흐른다’는 시구로 빠리의 미라보다리를 세계적 명소로 만든 작가도 도둑 누명을 쓰고 애인으로부터 절교를 선언당한 경험에서 쓴 것이 아니던가.
현대시는 대체로 어렵고 재미없다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길환이 시는 우선 재미있다. 사람들이 살아온 진솔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길환이의 속살을 들여다본 느낌이다. 글솜씨도 생각의 깊이도 내가 평할만한 위치는 아니지만 상당한 것 같다.
그나저나 젊은 날의 방황의 기억을 아직도 애틋해 하고 있는 것을 떡하니 써갈겨놓았으니 마나님이 어찌 용납할지 모르겠다. 그저 꿈속의 세계를 예술적 감상으로 승화시킨 것으로 치부하면 어떨지...
시집은 박진환이 출판을 도와줬는데 판매하지 않는다. 나도 한 권 얻었는데 언제 막걸리나 한잔 사주며 시에 나온 내가 모르는 이야기에 대해 물어봐야겠다.
진환이는 친구들의 멋진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내보고 싶어하던데 나도 평소 열심히 메모도 하고 일기도 써 나가 멋진 책을 한 권 내 사람들에게 감명을 줄 수 있다면 내 인생에 보람을 더하는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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