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의 ‘맨얼굴의 중국사’를 읽고
청나라의 황제인 건륭제, 강희제에 대한 책을 읽고 이들에 대해 더 알고 싶어 도서관에 가서 우연히 중국의 백양이라는 사람이 쓴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다섯권으로 된 책인데 청나라 역사부터 읽다보니 5권에서 1권쪽으로 역사를 거슬러 읽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열국지 삼국지등을 읽어 중국 역사에 대해 제법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가장 크게 느낀 점은 황제의 전제정치가 얼마나 인간의 존엄성과 창의성을 말살시키고 인민을 도탄에 빠뜨리는가 하는 점과, 공자 맹자를 숭배하는 유교의 사대부가 수구세력이 되어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는 역할을 하였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교훈은 인간은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 역대 왕조는 환관의 발호와 당쟁, 유랑민의 발생과 농민반란, 황제들의 폭정 등 비슷한 이유로 망한다. 그리고 새로 새워진 왕조는 전 왕조의 제도를 근본적 수정 없이 받아 들인다. 자치통감이라는 훌륭한 역사서를 편찬한 송나라의 사마광이 왕안석의 개혁신법을 저지하는 수구지도자였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많이 안다고 통찰력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중국은 주나라 전국시대에서 서한왕조까지가 문물이 크게 일어난 황금시대이고 그 후 2천년동안은 암흑시대였고 서양문물이 들어오고 현재가 백가쟁명의 대황금시대라고 한다. 중간에 당나라의 정관의 치와 청나라 건륭제 전반부 까지가 암흑이 좀 물러난 시대가 있었다고 본다. 이민족을 몰아내고 한족이 세운 명나라는 황제들이 대부분 포악하고 어리석고 인민을 괴롭힌 최악의 왕조라 한다. 반면 청나라는 좋은 황제들이 많이 나와 백성의 삶을 향상시키고 중국의 영토를 크게 넓혀 저자는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을 위대한 민족이라고 까지 말한다.
신대륙 발견시대에 잉카제국과 멕시코의 왕국은 불과 수백명의 스페인의 군인들에게 멸망당해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중국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컨대 중국은 황제가 절대권력을 가지고 반역자는 구족을 몰살시키는 등 잔혹한 형벌로 비판적인 사고를 하기 어려운 풍토였다. 더구나 국가의 지도원리인 유교가 수구적인데다 암기위주의 과거시험 공부를 한 사대부 지식층은 창의성이 부족하고 변화나 개혁에 부정적이었다.
민주공화정치를 하는 지금 시끄럽고 일처리가 지연되는 점도 많아 어떤 사람들은 차라리 독재가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또 그리스의 플라톤은 哲人에 의한 독재정치를 주장했다. 그 사람들에게는 중국의 황제들이 어떤 짓거리들을 했는지 아느냐고 말하고 싶다. 로마의 카이사르는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라고 여겨 그를 살해한 원로원의원들이 나쁘다고만 생각했는데 독재제도를 저지하려는 역사적 의미가 있었다고 다시 보게 되었다.
현재 가장 낫다는 민주정치가 2천년전의 로마에 이미 있었고 로마인이야기에 나오는 로마인들은 인격적으로나 능력으로나 훌륭한 점이 많아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 당시는 다신교 시대이고 공자 석가 예수의 훌륭한 가르침도 없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인류가 진화한다는 것 맞나? 역사를 읽으면서 느끼는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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