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람인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이야기를 쓴 것처럼 영국사람인 팀 팍스는 이태리 피렌체사람인 메디치 가문의 5대에 걸친 이야기를 썼다. 메디치은행은 1397년 설립되어 1494년에 문을 닫는다.
메디치는 르네상스운동을 뒷받침한 가문으로 유명한데 이 가문이 은행업으로 큰 돈을 번데다 피렌체의 정치실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메디치가 은행업을 한 것은, 이태리에서 시작된 금융혁명 덕분에 이태리가 유럽의 금융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혁명이란 상거래를 기록하는 복식부기의 원리와 환어음과 신용장, 예금계좌 등을 말한다. 은행은 유럽각지에서 교황청으로 들어오는 세금수입과 무역거래대금의 수수등을 편리하게 하려는 필요에서 생겼기 때문에 처음부터 글로벌 개념이 도입되어 유럽 주요도시에 지점을 두어 거래대금을 정산했다. 당시엔 성경에 근거하여 돈놀이를 가장 중대한 악행이라고 해서 은행은 각종 편법으로 환전과 이자놀이, 송금등 금융업을 했는데 주고객이 교황과 추기경, 주교와 각국의 왕과 귀족, 국제무역상인들이었다한다.
당시 상류층은 플로린이라는 금화를 주로 사용하고 서민들은 피치올로라는 은화를 사용하였는데 은화에 은의 함유량을 차츰 줄여나가 피치올로로 임금을 받는 서민들의 실질소득을 떨어뜨렸다는 대목도 흥미롭다. 오늘날에도 부자들은 부동산과 주식등 실물자산으로 인플레를 헷지하나 서민들은 명목임금에만 의지하여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것과 유사하다.
피렌체는 귀족을 몰아내고 시민들에 의한 공화정을 실시하고 있었는데 메디치는 금력을 바탕으로 정치에 개입하여 사실상 피렌체의 정치를 좌지우지한다. 정치에 개입하여 가문의 돈은 지킬 수 있었지만 차츰 본업에 소홀하고 어리석은 후손이 나와 5대째에 가서 은행은 망한다. 그러나 재력을 바탕으로 한 교황과의 거래로 여덟 살짜리 지오반니 메디치를 수도원장에 앉히고 13세에 추기경으로 임명시켰다가 나중에 교황 레오10세로 등극시킨다. 지오반니는 은행이 망한 뒤 메디치가문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