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다고 본다. 법률 비즈니스는 인적인 서비스다. 알량한 성적차 보다는 “인간관계”가 법률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름한다. 시험에 합격했다는 우월감은 인관관계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사법시험 합격”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정보화 시대에 ‘성적’은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옛날처럼 법학지식을 머리속에 넣어두고 다니면서 필요에 따라 꺼집어내어 쓰던 시대는 갔다. 컴퓨터에 넣어두었다가 쓰는 시대가 되었다. 외우기 보다는 이해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사법시험에서 0.1점 차로 붙은 것의 의미는 점점 퇴색할 수밖에 없다. 이제 성적은 “회사에 돈 벌어주는” 것과 점점 무관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에 돈 벌어주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는 로펌들은 이미 성적 일변도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인이 없는(따라서 돈을 벌지 않아도 무방한) 법원이나 검찰 등은 아직도 성적을 중시하는 것이 사실이다. 군소 로펌이나 법률사무소들도 과거의 타성에 젖어 성적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는 점차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법원과 검찰도 경쟁력(조직에 대한 기여)를 따져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법시험 식의 폐쇄적 외우기 공부는 후유증을 남기기 쉽다. 신림동, 노량진에서 암기 위주로 공부하는 동안 인간관계에서 절단되기 쉬운 것이 그것이다. 즉, 시험공부를 하면서 법률 비즈니스에 가장 중요한 것을 희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들 시험준비생들은 소통, 용기, 적극성, 사교성, 호기심 등을 상실하고 식물인간화 되기 쉽다.
로스쿨 학생들은 사법시험 출신보다 덜 삭았다고 본다. 더 젊고 활발하다. 상대적으로 시험과 외우기 공부에 덜 찌들었기 때문이다. 생활환경 면에서 로스쿨 학생이 평균적으로 사시생보다 윤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성적을 중시하는 경향은 전쟁에서 머리수(인원수)가 많으면 이긴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약소국 몽골의 부족장 징기스칸이 중국에 쳐들어갈 때,
머리수(인원수)로 승부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특장(特長), 즉 기동력으로 승부했다.
이른바 질풍노도(疾風怒濤)와 하늘을 찌르는 사기로 승부했다.
나는 우리 전북대 로스쿨 학생들에게 성적보다 인간관계,
그리고 자신감과 배짱을 가지고‘
내일을 향해 쏘라고 가르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