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의 역사학 교수인 하라리가 지은 인류사라고 할만한 내용의 책이다. 현생인류를 말하는 사피엔스는 약 15만년전 동아프리카에서 살다가 다른 지역으로 퍼지면서 약 7만년전부터 다른 인간종을 멸종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그 당시 최소 여섯 이상의 인간종이 살고 있었다.
네안델타르인등 타 인종들은 두개골의 크기가 사피엔스 못지않아 개별적으로는 우월했으나 인지혁명이 일어나 크게 무리를 지어 싸우는 사피엔스를 당하지 못했다. 인지혁명이란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이 믿음을 전파하는 능력을 말한다. 신, 종교, 신화, 민족, 국가, 낭만주의, 소비지상주의, 충효, 개인주의 등등
기원 전 9천년경 농업혁명이 일어나 개인의 삶은 채집수렵생활 당시에 비해 열악해졌으나 농업생산량이 늘어나 사피엔스의 유전자가 더 많이 복제되었다. 밀과 쌀이 인간을 길들였다, 소나 돼지 닭의 삶의 질이 형편없이 나빠졌지만 유전자는 복제를 중시할 뿐 개체의 행복을 중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들이 함께 협력할 수 있게 하는 인간적 본능의 네트워크가 문화인데 이것들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작고 단순한 문화들이 점차 뭉쳐서 크고 복잡한 문명으로 변한다. 세계의 메가문화의 개수는 점차 줄어들고 인류는 전 지구적으로 통합과정에 있다. 돈, 제국, 종교가 통합의 추진체였다.
저자는 과학혁명을 예시한다. 과학은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발전해왔다고 말한다. 1850년이래 유럽의 세계지배는 군사-산업-과학복합체의 힘에 크게 힘입었다. 지난 40억년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기간이었다면 이제 인간에 의한 지적 설계가 지배하는 우주적인 새 시대가 열리려 하고 있다. 그 이전의 인류사 전체는 생명이라는 게임에 혁명을 일으킨 실험 및 견습과정이었다고 뒤늦게 재해석될 것이라 한다. 그 방법은 세가지인데 첫째가 생명공학 둘째가 사이보그 셋째가 비유기물공학이다. 미래기술의 진정한 잠재력은 사피엔스의 감정과 욕망까지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많은 가능성을 가진 드넓은 지평을 가지고 있으니 과학혁명을 비켜가는 흐름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기적 유전자 이론을 믿고 있는 것 같다. 유전자가 생명체의 주인이고 생명체는 유전자의 숙주의 불과하고 진화의 원동력은 유전자에서 나온다. 진화와 마찬가지로 역사는 개별 유기체의 행복에 무관심하다. 그리고 개별 인간은 너무나 무지하고 약해서 대개는 역사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큰 거짓말이 사람들은 뭉치게 하고 문화와 역사를 만들었다니 재밌는 발상이다. 행복해지기를 원한다면 스스로를 기만해야 한다는 말도 일리가 잇다. 석가의 깨달음과 요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긍정적 사고라는 것도 이와 같은 발상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그토록 중시하는 민족이나 국가, 자유, 낭만, 소비지상주의 등도 허구에 바탕을 둔 것이라니 story가 중요하긴 중요한가보다.
그나저나 암이나 당뇨병 고혈압 같은 병 하나도 다스리지 못하는 현대과학을 과대평가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물자는 무한정 생산할 수 있는 자본과 자원을 가지고 있는데 정치경제에 관한 의식이 미쳐 따라가지 못해 분배가 되지 않는 현실부터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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