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2000년의 역사 – 세상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직업
오스트리아문학을 전공한 일본의 기쿠치 오시오교수가 지은 역사서이다. 흔히 인간의 첫 번째로 오래된 직업이 창녀라 하는데 인간의 생명과 영혼을 파는 용병이 두 번째 오래된 직업이라 한다.
근대에 들어 국가나 민족이라는 생각을 주입받기 전에 전투에 나선 사람들은
1. 자기가 아는 사람들과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거나,
2. 노예로서 시키는 대로 싸우거나 (전제국가에서 전투에 징발된 농민도 노예병에 가깝다)
3. 아니면 먹고살기 위해 권력자로부터 돈을 받고 용병으로 싸웠다.
이 책에 있는 용병이야기를 요약해본다.
아나바시스는 펠로폰네소스전쟁후 농토가 황폐해져 먹고 살 길을 잃은 그리스 사람들이 페르시아의 내전에 용병으로 팔려갔다가 탈출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로마는 재산을 가진 시민만이 군인이 될 수 있는 제도였지만 제국이 확대될수록 빈부차가 확대되고 농민이 몰락하여 직업군인제로 바뀌고 결국 서로마는 용병대장인 오도아케르가 권력을 찬탈하여 서로마의 역사는 끝이 났다.
중세시대 돈에 쪼들린 기사들은 무상으로 제공했던 군주에 대한 군역을 금전으로 대납하고 용병으로 돈을 벌었고 군주들 역시 제약이 많은 기사를 쓰기보다 용병을 고용하는 것이 손쉽고 효율성 높은 군대를 갖출 수 있었다. 기사들은 사소한 이유로 트집을 잡아 사투권에서 비롯된 권리라며 도시와 촌락을 약탈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로마교황은 기사들의 일자리를 장만해줘 유럽의 평화를 이룰 목적으로 십자군을 조직해 해외로 내보냈다.
중세이탈리아의 중소국가들은 용병을 써서 전쟁을 했는데, 용병대장이 전투에 이기면 위험시되고 반대로 전투에 지면 곧장 해도되, 용병대장들은 미리 짜고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싸움을 질질 끄는 식의 전쟁을 했다.
창을 든 스위스 농민병이 오스트리아의 기사군을 물리친 1315년, 1386년의 전투는 스위스 보병의 위력과 기사군의 무력함을 보여줬다. 1474년 브르고뉴전쟁에서 브르고뉴의 기사군은 프랑스왕의 스위스용병에게 완전히 섬멸 당한다. 1494년 프랑스군이 이테리를 침공했을 때 프랑스군에 섞여있는 다수의 용병, 보병의 중심을 이루는 스위스 장창부대는 이태리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무적의 명성을 얻은 스위스 용병부대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프랑스뿐만 아니라 로마교황, 이탈리아 도시들, 신성로마황제가 앞다투어 스위스 용병을 찾게 되었다.
스위스 장창부대를 모방하여 남부독일사람들로 이루어진 용병부대를 란츠크네흐트라 한다. 다만 진용을 개량하여 장창부대가 화승총부대를 지키는 식으로 최전선에 세웠는데 1524년 파비아전투에서 란츠크네흐트는 스위스 용병군에 대승을 거둔다. 고슴도치처럼 장창으로 방어를 펴고 있는 부대를 총으로 공격하니 진용이 무너지고 진용이 무너지면 장창부대는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1527년 스위스와 독일의 용병부대 2만명은 로마를 점령해 8일동안 로마를 약탈한다. 용병은 유럽뿐만 아니라 남미로 수출되어 스페인의 피사로나 코르테스, 베네주엘라에 파견된 란츠크네흐트는 잔혹함으로 악명을 남겼다.
네델란드의 마우리츠는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전쟁을 위하여 옹병제에서 상비군으로 군제개혁을 한다. 병사들에게 급료를 제때 지급하고 엄격한 훈련과 군율을 세웠고 평상시에도 3만명의 보병과 2천명의 기병을 상비했다. 밀집방진 대신 다수의 종렬로 편성하는 전법을 써 중대원을 그간 4백-6백명에서 백명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 남은 보병으로는 화승총 소전투대를 편성해 창보병과 나란히 배치했다. 스위스 용병부대가 1천명의 부대를 배치하는데 1시간 걸렸다면 제델란드군은 그 두배난 되는 병사를 단 20분만에 진영을 갖출 수 있었다. 대포를 경량화하고 포병 기병 보병의 3개 병과를 조합하여 상승효과를 보게 했다.
1620년 스웨덴의 구스타프 아돌프 왕은 당시 인구가 100만명 정도에 불과한데 10명중 1명을 징집하여 무기와 군복을 지급하는 상비군을 만들어 독일의 신구교도간의 전쟁인 30년전쟁에 뛰어 들었다. 30년전쟁 후 제후들의 세력이 약해지고 국왕의 절대왕정이 세워져 용병대장은 힘을 잃고 국왕이 군대의 편성권과 인사권을 확립한다. 이렇다할 산업이 없는 아일랜드를 떠난 망명자들은 루이14세의 육군 밑에 아일랜드 용병으로 입대했고 그 수가 1만4천명에 이르렀다고 하며 이 젊은이들을 와일드 기스(야생거위)라고 불렀다.
프러시아의 프리드리히대왕은 장교들을 철저히 훈련시키고 경무장기병대의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중대마다 간격을 두지 않고 단숨에 공격하고 전광석화처럼 습격했다. 프로이센의 모명관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괴, 납치, 사기, 음모, 폭력 등 모병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한 병사들의 탈주를 감시하는 것이 경무장 기병대였다. 병사들의 탈주를 막기 위해 행군중의 숙영지는 숲 근처를 피하고 들판 한가운데를 선택했으며 숲속을 진군할 때는 보병들의 양옆에 경무장 기병을 배치했다.
아메리카의 독립전쟁중에 육군이 부족한 영국에 독일 군주들은 영민들을 비싼 값에 팔아넘겼다. 그 중 헤센 카셀가는 1만7천명을 팔아넘겼고 30년후 나폴레옹은 이 가문을 추방한다. 프랑스대혁명에서 혁명을 지키기 위해 소집된 국민군은 유럽왕실의 용병부대를 물리치고 용병부대는 전쟁에서 주도적 위치를 상실한다.
1859년 이태리통일을 놓고 프랑스와 오스트리아군의 전투에서 스위스 용병부대는 유례없이 많은 손실을 보고 급기야 반란을 일으켰다. 용병산업의 이익 대부분이 스위스 특권계급인 도시귀족의 손에 들어갔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스위스는 외국의 정규군 이외의 군복무를 금햇다. 10년 후인 1927년에야 정규군, 비정규군을 막론하고 외국에서의 모든 군복무를 금지했다.
그러나 싼값에 쓰고 버릴 수 있는 용병부대의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용병부대를 정식으로 부활시킨 것은 국민군을 최초로 탄생시킨 프랑스이다. 골치아픈 망명객, 도피자들, 부랑자들,그리고 부대가 해체되어 불만에 차 있던 군인들을 모아 외인부대를 만들어 알제리로 보내 싸우게 만들 목적으로 1831년 외인부대를 창설했다. 이런 외인부대에는 병사들 출신국도 다양하지만 입대전 직업도 다양하다고 한다. 선원, 공장노동자, 법률학자, 의사, 유럽최고의 오케스트라 단원, 유럽왕족인 사람까지도 있다고 한다.
전쟁이야말로 자신이 살아갈 길이라고 여기는 모험가들이 많다. 민간 군사기업으로서 널리 알려진 것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즈이다. 1989년에 설립된 이 기업은 며칠만에 정예 전투부대를 조직하고 배치할 능력을 가졌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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