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빵을 팝니다 1)
로스쿨 vs. 사법연수원
변호사업은 사람 장사다. 사람을 잘 써야 번성한다. 그러면 로스쿨 출신과 사법연수원 출신 중에서 누구를 써야 할까?
로스쿨은 사실상 법조계의 혁명이다. 이러한 격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흥망이 갈린다. 격변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발상의 전환이 긴요하다. 그러나 기성 법조계는 시대착오에 빠질 소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 우리 법조계의 주도세력은 고시(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고시제도의 패러다임에 비추어 로스쿨 출신 학생들을 인식하고, 평가한다. 자신들이 익숙치 않은 로스쿨 학생들을 의심의 눈으로 보기 쉽다. 이러한 시대착오는 쇠퇴의 전주곡이다.
요즘 법조계에 로스쿨 졸업생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다. 로스쿨 출신들이 취직이 되지 않는 것이 로스쿨 실패의 표상이라 하면서 결국 로스쿨 제도를 없애고 사법시험 제도로 환원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일본도 로스쿨 도입에 실패하지 않았느냐는 관측도 많다. 나는 이러한 논란은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때에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또 건설적인 것이라고 본다. 민주주의가 도입될 때에도 논란과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의 민주주의를 정착시켰지 않았던가?
기성 변호사들은 (로스쿨이) 3년 공부에 법학을 끝낼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물론 아니다. 법학교육은 평생의 교육이어야 한다. 그런데 과거에 고시에 붙은 사람들은 고시합격 또는 사법연수원 수료를 “교육의 끝”으로 보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반면에 특권의식이 없는 로스쿨 출신들은 변호사 자격을 “법학에의 입문”으로 본다. 진짜 교육은 로펌, 법률사무소, 회사 등에서 평생을 두고 “일하면서 배우는 것(learning by doing)"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로스쿨이던 사법연수원이던 이론교육을 마쳤다 해서 교육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훌륭한 변호사가 될 수 없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이 학문은 경험과 경륜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성 변호사들은 대다수 로스쿨 졸업생이 변호사 시험에 패스하는 반면, 사시출신은 바늘구멍 같은 경쟁을 뚫고 나오므로 사시 출신이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쟁률이 높으면 합격자의 자질이 우수하다는 것은 착각이다. 지금의 사법시험과 같은 “암기 경쟁”은 “memory only"의 구식 컴퓨터 간의 경쟁이다. 여기에서 합격했다는 것은 100K 암기력 보유자가 99.9 K 암기력 보유자를 눌렀다는 것에 불과하다. 죽은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경쟁하는 데에서 선발되었다 해서 우수한 것은 아니다.
물론 기성 변호사들이 사법시험에 대해 노스탤져를 갖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고 있다. 육법전서를 달달 외우는 ‘죽은 공부’의 시대는 가고 있다. 신림동의 고시원에 격리되어 교과서를 외우는 시대는 갔다. 이제 ”살아있는 법“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리고 살아있는 법을 배우기 위해 설립된 것이 로스쿨이다. 외우기 일변도 보다 실무, 사례 공부와 토론에 보다 치중하는 로스쿨은 산 공부 쪽에 더 가깝다.
로스쿨은 사법시험에 비하여 최소한 아래 3가지의 주요한 강점(advantage)이 있다.
1) 케이스 중심, 실무중심 교육이라는 점: 물론 로스쿨들이 아직 이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실무 교수들도 부족하다. 그러나 지금은 로스쿨의 초창기다. 시간이 갈수록 실무교육의 여건은 개선될 것이다.
2) 다양한 학부 전공: 고시 출신들의 대다수는 법학과 출신이었다. 아니 무학이라도 외우기만 잘하면 고시에 합격할 수 있었다. 사회가 분화되지 않던 시대에는 이것이 통했다. 그러나 지금은 안 된다. 전문화가 필요하다. 예컨대 특허 분쟁에는 공대 출신이 필요하고 예술관계 분쟁에는 예술에 조예가 있는 변호사가 필요하다. 세계화 추세 속에서 국제분쟁 해결이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외국어를 잘하는 변호사가 필요하다. 이제 잡화점(general store)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제 전문점(specialized store)의 시대가 오고 있다. 그리고 학부 전공이 다양한 로스쿨 학생은 전문화를 위한 인재 공급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3) 소비자 복지: 로스쿨은 저가 법률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일단 저가 법률서비스에 맛들인 고객들은 고가의 권위적인 법률서비스로 회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장점이 있는 한, 로스쿨 제도를 철회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래의 대세는 로스쿨이다. 좋든 싫든 로스쿨이 미래의 법조계를 끌고 갈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로스쿨은 이미 “기정사실(fait encompli)”이 되었다.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추세를 외면하고 기존의 관행에 집착하면 망한다. 역으로 로스쿨의 비교적 저렴한 인력을 고용하여 새로운 지평(horizon)을 개척하면 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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