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을의 뜨락
槿岩/유응교
2남 4녀의 자녀를 둔
96세의 어머니가
자녀를 서울에 두고
두 어 시간 거리의 시골에서
홀로 지내는 일상을 보여준
인간극장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자식은 무릎위의 자식이야
다 크면 훨훨 날아가 버리지
꽃도 지면 오던 벌 나비도 어디오던가
그러면서도 효자 효녀라고
자녀들의 이야기를
일기에 꼬박꼬박 적고 있다.
잔잔히 흐르는 물을
내가 왜 어지럽혀 하며
같이 살기를 마다하고
일주일에 한 두 번 씩
아들딸이 교대로 내려와
돌봐주고 가니
그게 유일한 기다림이다.
“기다리는 힘으로 버티고 사는 게지
기다림은 늘 외로워
그러나 그 외로움을 이겨내야
자유스러워
오면 반갑고 가면 쓸쓸하지“
봄에 뿌려 놓은 씨앗 때문에
가을까지 기다려 거두어들이려니
시골집을 떠날 수 없다는 9순의 노인
어두운 방에 앉아 일기를 쓴다.
딸들과 뒷산으로 나들이 나가서
도토리를 줍고 돌아와
“간 바메 부는 바라메
도토리가 마니 떠러저 주우니 재미 잇다
동나마 여행 보다 즐겁다.“고
서툰 한글의 일기가 정겹다.
오늘도 내일을
기약 할 수 없는 할머니가
씨앗 봉투에 일일이 이름을 써둔다.
언제 저 세상으로 갈지 모르지만
누군가는 이 씨를 뿌려야 한다면서
곱게 웃는다.
낙엽이 뒹구는 그 가을의 뜨락에서
스산히 부는 바람 앞에 떨어지는 것이
어디 저 잎 새 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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