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은 없다
이시화라는 문인이 쓴 ‘깨달음은 없다’라는 명상 에세이를 읽게 되었다. 저자는 불교집안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후 어느 날 강렬한 신앙체험을 하게 되었다. 이 후 종교라는 틀을 버리고 명상과 기도 생활 가운데 소설과 수필 등을 쓰는 작가이다.
이 책은 깨달음, 전생과 영혼, 인연과 業등을 주제로 저자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또 불교와 기독교 생활을 한 경험이 있어 자기의 생각이 종교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합치한다는 점을 설명하며 정법종교는 결국 설명방법만 다를 뿐 같은 진리를 말한다고 한다.
깨달음이란 무엇이고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던 차에 마침 잘 되었다 싶어 마구 읽어 내려갔다. 깨달음이란 두뇌의 지각이나 사고능력으로는 닿을 수 없는 잠재의식을 각성시키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잠재의식이 각성되었다는 것은 머리로 감지, 분별하는 思量識을 벗어나 직관식을 경험했다는 뜻이며, 이는 곧 불교에서 말하는 삼계(욕계, 색계, 무색계)중 色界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최초로 이 잠재의식이 각성된 순간을 初見性했다고 말한다. 현재 인간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욕계안의 여섯 세계 중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고 하니 완전한 깨달음 즉 成佛이란 아득한 경지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어렵게만 느끼면 사람들이 아예 깨달음을 포기할까봐서인지 저자는 이 책의 끝 무렵에 깨달음은 없다고 말한다. 깨달음은 없고 인연이 있을 뿐이라 한다. 인연을 밝히 아는 사람, 그가 곧 깨달은 사람이라 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깨달음의 방편들이 있으나 진정한 깨달음으로 가는데 오히려 장애가 된다고 한다. 오로지 마음의 문이 열릴 때 드디어 하나님의 음성이 붓다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한다고 한다. 우주만물에 충만한 생명력과 무한한 사랑, 그 것이 눈물겹고도 아름다운 인연이라 한다.
인연을 밝히 안다 또는 마음의 눈이 열린다는 뜻은 이 세상과 나와의 관계를 온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는 데에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원불교의 대종사도 道 이루는 법을 알고 보면 밥먹기보다 쉽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도를 이루기까지 숫한 수행을 하고 시간을 소비하였다. 알고 보면 쉽지만 알기 까지 어려우면 쉽다고 말할 수 있을까?
깨달음. 이거 왜 필요한 것이지? 잠재의식을 각성시키고 색계를 경험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는 뭐지? 저자는 깨달음이 존재와 생노병사를 해결하는 유일한 열쇠라 한다. 광명지혜를 통해 마음속의 어둠을 환하게 밝힌 사람은 어느 것 하나 걸릴 것이 없으므로 번뇌망상을 여의게 된다고 한다. 믿음 또는 수행생활을 하는 이유는 영겁에 걸쳐 쌓인 業識을 녹이고 영혼을 맑히어 神人合一, 즉 영생과 해탈의 길로 가기 위해서라고 한다.
생각건데 사람이 세상에 온 이유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삶을 살아 자신에게도 이롭고 타인에게도 유익한 결과를 이끌어내 영혼을 그만큼 성숙시키기 위함이라고 본다. 저자는 인생의 목적이 전생인연의 빚을 갚기 위해서라고 말하는데 뭐 대단한 빚이라고 그걸 갚는 것이 생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 우주 전체적으로는 제로썸이 아닌가. 전생의 업이란 다소 미숙하게 처리되었던 일을 다시 달리 처리해 볼 수 있는 고마운 기회요 시험문제라 할 수 있다. 영혼을 맑히우고 영생을 위해 믿음 또는 수행생활을 한다고 하는데 도를 닦는다고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현실생활을 지혜와 용기, 은혜심을 가지고 잘 처리하면 족하다 생각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