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울란바토르 바이칼 여행후기
사단법인 대륙으로가는길에서 주최하는 7월13일부터 21일까지 8박9일의 단체여행을 BK(이부경)와 함께 다녀왔다. 여행은 가슴 떨릴 때 다녀야지 다리 떨릴 때 가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아직 다리가 떨리지는 않지만 가슴도 떨리지 않아 해외여행에 시큰둥한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 버킷리스트에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평양과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모스코바까지 가는 것이 들어 있는데 이번 여행에 그 가능성을 타진해본다는 점과 나와는 다른 영역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이야기할 기회를 갖는다는 점이 내 여행욕구를 자극한 덕분이다.
여행은 북경에서 기차편으로 울란바토르를 거쳐 바이칼호수를 둘러본 후 비행기로 귀국하는 것인데 상세한 내용을 기재하기는 어려워 생각나는 것 몇 가지만 간단히 기록하고자 한다.
북경은 생각보다 공기가 맑았지만 매우 더웠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버스안에서 자기소개를 하고 사회자가 참석하게 된 동기를 기준으로 계보로 분류하는게 정치판 같았다. 화려한 과거에 여러 고위직을 역임한 사람이 많아 어떤 직함을 성함 뒤에 붙여줘야 하는지 햇갈린다.
자금성내엔 후원을 제외하곤 나무가 없었고 규모는 크지만 사람 살기는 별로인 것 같다. 해자를 파 나온 흙으로 산을 만들었다는데 명나라 마지막 황제가 그 곳으로 도망가서 가족들을 죽이고 자살했단다. 창업주인 주원장은 개국공신들을 잔인하게 모두 죽였고 그 후손 황제들도 어리석은 자들이 많았으니 그렇게 죽는 것도 당연하다. 중국은 황제제도가 유교와 결탁하여 2천여년이나 계속되었는데 왕조의 결말은 예외 없이 환관의 발호, 어리석은 황제, 유랑민의 폭동이다. 새로 생긴 왕조는 제도의 근본적 수정 없이 전왕조의 밥그릇을 물려받아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 하여 중국인은 어지간히 창의성이 없는가보다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8천만의 공산당원 중 능력이 출중하여 승진한 40대의 후보 중에서 5년 임기의 차기와 차차기의 지도자를 미리 내정하여 지도체제의 승계과정이 합리적이라고 들었다. 동춘서커스는 저글링, 자전거타기, 실타레돌리기 등을 했는데 재미있었다. 서커스에 공중곡예가 없는 건 관객의 허를 찌르는 것인가? 호텔은 깔끔하고 만족스러웠다.
몽골로 가는 기차 침대칸의 룸메이트는 윤기종 안산통일포럼대표, 장경수 17대국회의원, 임정웅총무이다. 식사로는 군대도시락이라는 것을 처음 먹어보는데 뜨거운 건 좋지만 입에 맞지 않았다. 식사 때마다 맛없는 밥을 넘기기 위해 보드카를 많이 마셨다. 식당칸에서 전체28명이 맥주를 들며 회합을 가졌다. 윤기종씨가 약20분정도 강연을 하도록 되어있었던 모양인데 사회자의 마이크독점욕으로 제대로 발표도 못해 나는 좀 혼란스러웠다.
다음날 몽골 울란바토르에 도착, 이태준기념관 소련참전기념탑을 둘러본 후 숙박지에 와 2인1실로 게르를 배정받았다. 주변의 바위산에도 올랐다. 박상규회장 내외분은 연세가 적지 않은데도 일행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식당주변에 그림좌판이 열렸는데 민우기씨가 일행 모두에게 그림 1점씩 선물했다.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찬물로 샤워를 했는데 누군지 아직 젊은 모양이라고 말한다. 고3때 한겨울 새벽에 만경강에 가서 냉수마찰했던 실력이 아직도 남았나?
저녁식사 때 사람마다 건배를 시키는데 나름 재미있었으나 지금 생각나는 게 별로 없으니 나이 탓인가? 다른 사람들도 역시 그러할까? 그래서 적자생존이라 하나? 내 건배사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양고기찜이 푸짐하게 많이 나왔는데 같은 테이불의 이행자의원이 고기를 하지 않아 많이 남았다. 육식을 안하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물어봐야겠다. 식사 후 전통춤과 노래공연이 있는데 밖은 소나기가 내렸다. 예정된 별보기를 하지 못해 아쉬웠다.
다음날 아침도 역시 비. 원래 두시간 정도 말을 탈 예정이었는데 비가 와서 얼마 못가 버스로 되돌아왔다. 기계문명의 폐해에 대해 말들 하지만 말을 타보면 자동차가 얼마나 편리한지 느낀다. 점심을 한정식으로 한 후 선진호텔에 투숙한 후 전통공연을 보러 갔는데 한사람이 동시에 두 가지 소리를 내는 것은 참으로 신기했다. 박상규회장님은 먹는 물에 민감하여 시약을 가지고 알칼리수인지를 확인한다. 수퍼에 들러 여러 물을 시험한 후 가장 좋은 VIP수를 일행에게 1병씩 선물해 주셨다. 나의 의문은 석회수는 알칼리수 아닐까? 버스안에서 정의장이 본인의 군대 결혼 취직 이야기를 하는데 처음 듣는 이야기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어도 한 번도 같은 반을 한 적이 없어 친하게 지낼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다음 날 이르쿠츠크행 열차를 탔다. 침대칸에서 시사를 논하다 보드카를 다들 많이 마셔 특히 장경수의원이 힘들어했다. 그러나 이는 약과였다. 다른 칸에 가보니 임대장이 대취하여 길게 뻗어 있다. 술을 좋아하니 삼국지의 장비나 수호지의 무송에 비유할까? 그러나 사법고시를 통과한 수재이고 국회의원을 역임한 인재이다. 하회탈 눈썹에 넉살도 좋아 재미있는 사건을 많이 만드는 것 같다. 작은 소재로 이야기꺼리를 만드는 특이한 재주도 있는 것 같다. 우리 칸을 방문한 정의장에게 통일의 아이콘이 되어 달라는 말을 한 것 같다. 이태리통일의 3걸은 마찌니, 가리발디, 임마뉴엘3세이다. 한반도통일은 아직 1걸도 나오지 않았다. 국민은 정치인을 불신한다. 한참 인기좋던 사람도 정치에 발들이면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해 국민들을 실망시킨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옳은 일을 한다면 힘이 쌓이고 큰 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르쿠츠크에 도착, 드디어 바다처럼 넓은 바이칼호수를 보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알흔섬의 사랑바위를 걷다 바위 끝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보았다. 고등학생 때 나는 우리민족이 멀리 중앙아시아에서 동진하며 겪는 여러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며 내 이야기에 내가 취해 눈물을 글썽거리는 일이 가끔 있었는데 그 것이 간접경험이 되어 내가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 것 같다. 얼마 전 수메르문명에 관한 책을 읽어보니 외계인이 수메르인들에게 문명을 전수해주었다고 한다. 그 문명이 그리스와 이집트 중국 등으로 퍼져 나간 것이 아닐까? 기독교의 창시자 아브라함도 수메르의 우르지방에서 이동해간 사람이다. 그렇다면 바이칼은 우리 민족의 시원이 아닌 중간기착지였는지도 모르겠다. 사랑바위에는 서낭당이 있어 도상록씨는 합장기원을 드리고 서낭당의 천조각에 뭔가를 적고 있어 뭔가 하고 보니 통일기원이다. 나도 내 일과 관련된 기원문을 적었다.
숙소에 돌아와 모래사장에 피어놓은 장작불주변에 앉아 노래자랑시간을 가졌다. 문제가 생겼다. 노래가사를 모르는 것이다. 김정범변호사가 휴대폰을 보며 노래를 부르는데 흥이 날 리 없다. 서툴더라도 옛날 소시적 불렀던 봄처녀라도 제 멋에 겨워 불러야 하지 않을까? 적자생존은 이런 중대한 결함이 있다. 나는 최소 열곡은 노래방가사 없이 부를 수 있으나 흥이 나지 않아 부르지 않았다. 여행 도중에는 절제를 하다가도 마지막 밤에는 술도 흠뻑 풀고 시간도 왕창 내어 마음껏 말하고 즐기게 해야 할 것 같은데 그 많던 술은 어디 가고 왜 시간이 없다고 하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일찌감치 모임을 마치자 미진한지 몇사람이 남았는데 박상규회장의 회고담을 듣는 자리가 되었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내가 아직 40대 였을 때 인도여행시 사막에 자리를 깔고 누워 쏟아지는 별을 보며 오래도록 노래 부르다 잠들었던 낭만적인 그 날 밤 생각이 났다.
다음 날 아침 부르한 바위를 보러갔다. 징기스칸이 묻혔다는 전설이 있단다. 울란바토르는 붉은 영웅이라는데 즉 사람을 많이 죽였다는 말이 되겠다. 그래선지 바위 색이 붉은 빛을 띄었다. 돌아오는 길에 호수변에 아무도 없어 옷을 홀랑 벗고 머리까지 입수했다. 부르한 바위의 기가 쎄다하니 이 기를 받아 더 멋있고 훌륭한 남편이요 아버지, 아들, 친구,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다보니 너무 가 숙소를 지나쳤다. 돌아오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시간이 지나도 안오자 BK가 걱정이 되어 전화한 것이다. 평소 BK는 내 보디가드처럼 행동하는데 오늘 해프닝으로 이런 생각이 더욱 굳어지지 않나 염려된다.
러시아사우나를 하러 버스 이동 중 장경수의원의 회고담이 인상 깊었다. 소신껏 의원직을 수행했고 지역구민들의 여론도 좋았는데 공천을 못 받았다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고 재기하는데 나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 윤기종대표도 발언을 했는데 여러 가지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있고 합리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형일총장님이 말씀도 재미있게 하고 배울 점도 많은데 치통으로 발언을 삼가는 것이 아쉬웠다. 김정범변호사나 최규식의원, 민우기씨 또 일일이 거명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좀 더 알고 싶은 사람이 많았는데 여행이 끝나버려 아쉬웠다. 다행이 두세달마다 한 번 정도 모임을 갖는다니 인연의 끈을 놓지 말고 굵은 동아줄로 만들어 나가야겠다.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널려 있어도 이어지지 않으면 나와는 소용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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