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의 사상범 정도전 – 박봉규
정도전은 이성계를 도와 조선왕조를 창건한 실질적 주역이다. 고려말 1342년 아버지 정운경의 3남 1녀의 장남으로 어린 시절을 주로 개경에서 보냈고, 당대 최고의 유학자 이색 문하에서 성리학을 공부하고 21세에 진사시에 합격 관리생활을 시작한다.
1383년 그의 나이 42세에 이성계를 찾아가 혁명을 모의하기 시작한 후 역성혁명에 온몸울 던진다. 그 과정에서 신돈의 아들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우왕과 창왕을 폐하여 공양왕을 세우고 조민수 등의 수구파, 정몽주를 필두로 한 점진적 개혁파와 대립하면서 전제개혁과 불교배척운동에고 앞장선다.
1392년 이성계를 왕으로 옹립하여 조선을 건국한 후 조선왕조의 최고 실권자이자 전략기획가로서 신생왕조의 토대를 만들었다. 조선경국전, 경제문감 등을 통해 500년 조선왕조의 제도적인 기틀을 세우고 고려사를 통해 전 왕조의 역사를 정리하였다. 한양의 도시설계를 완성하였으며 행정권과 병권을 장악하고 중앙과 지방의 문물제도를 마련하였다. 불교비판을 통해 조선의 정신적 이념인 성리학의 기틀을 세웠다. 사병을 혁파하여 중앙군을 강화하고 요동정벌을 추진하였다.
그의 나이 57세 되던 1398년 사병혁파와 요동정벌을 둘러싼 이방원과의 갈등 과정에서 이방원이 일으킨 제1차 왕자의 난 때 목숨을 잃는다. 그 후 조선조 내내 간신과 모신의 대명사로 비난받아 오다가 고종 때인 1865년 명예가 회복되었다.
책 제목에서 그를 조선 최고의 사상범이라 칭했는데 나는 그를 우리 민족이 나은 최고의 천재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참고로 로마가 나은 최고의 천재는 카이자르라고 한다) 그는 관료에 대한 인사, 재정, 군사, 왕의 교육과 교서작성, 역사편찬 등 국가경영에 필요한 핵심자리를 겸직하며 관련 법규를 만들어 새 국가 창건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는 음악에도 재능이 있어 그가 지은 여러 악장들은 그가 죽은 다음에도 음악으로 연주되고 춤으로 형상화되어 궁중연회 때 공연되었다.
놀랍게도 정도전은 군사문제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었다. 스스로 병서를 짓고 진법을 만들어 군사를 훈련시킬 정도였다. 세종 때 변계량은 조선초 3대 진법으로 꼽힌 정도전, 이제현, 하륜의 진법 중 정도전의 진법이 가장 뛰어나며, 공격과 수비에 대한 정도전의 전술은 다른 사람이 감히 미치지 못한다고 평하였다.
우리 역사에서 보면 전쟁은 주로 산성을 지키며 활로 공격하는 수비위주이지 평지에서 진을 치고 승부를 겨루는 방식은 극히 드문 것 같다. 내가 알기로는 고려 때 거란족의 침입시 김종현이 철기군을 이끌고 거란의 경기병을 무찌른 것과 조선 임진란 때 신립이 평지에서 배수진을 치고 왜병에 돌격해 몰살된 것 정도이지 싶다. 정도전이 진법을 연구한 것은 회전을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그의 요동정벌이 실현되었다면 그의 실력을 알아볼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민중을 위한 그의 생각이 어떠하든 간에 조선왕조는 양반과 지주, 권력층의 나라가 되어 결국 일본에게 먹히고, 나라가 분단되어 극심한 내전을 겪고, 오늘날까지도 아픔은 그치지 않으니 만일 혼령이라는 것이 있다면 정도전은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
